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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기도

(A prayer before dawn, 2018)

 

감독 : Jean Stephane Sauvaire

조 콜(Joe Cole)

 

                                      

 

 빌리 무어(Billy Moore)’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서전 여명의 기도(A prayer before dawn)’에 기반해 제작된 영화이다. 빌리 무어의 자서전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영화는 실패할 듯 하다. 영화만으로는 그가 태국 교도소에서 느꼈을 감정과 생각들을 공감하기 힘들었다.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 그의 이야기가 어떻게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지 그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어쩌면 필자가 놓친 부분이 많을 수도 있기에, 간략한 줄거리 소개를 시작으로 빌리 무어의 감동(?) 실화를 담은 영화를 되새김질 해보고자 한다.

 

 

 

1.  줄거리

 

 감동 실화의 주인공 빌리 무어는 영국 출신 복서였다. 태국에서 길거리 복싱을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고, 밤에는 마약에 취해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었다. 결국 마약 복용과 판매 등으로 인해 태국 경찰에 의해 검거되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태국 교도소에서 인권이라는 가치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성폭행, 폭력, 문신, 흡연, 마약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었다. 죄수들은 식수를 얻기 위해 몸싸움을 해야 했으며, 지저분한 방에서 몸을 밀착한 상태로 잠을 자야만 했다. 덥고 습한 날씨임에도 선풍기는 천장에 단 하나 밖에 없었다.

 

                

 

그는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수감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독방에 수감되기도 했다. 담배를 주면 약을 주겠다는 부패한 의사의 귀를 물어뜯다가 중형을 받은 사람들이 수감된 곳으로 가게 된다. 대부분의 죄수들은 온몸에 문신을 두르고 있었고, 문신으로 뒤덮인 얼굴은 그들이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약해 보이는 사람은 같은 방 죄수들에게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다. 성폭행을 당한 죄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는데, 그 누구도 성폭행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고, 그 누구도 죄수가 왜 죽었는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조금씩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레이디 보이에게 담배를 받아 죄수들과 거래하고, 내기를 해 담배를 벌기도 했으며, 감옥에서도 꾸준히 마약을 폈다. 마약을 구하기 위해 사주를 받고 사람을 때려 반송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사실상 죽였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서 킥복싱을 하는 사람에게는 특혜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교도소 내 체육관에 찾아간다. 체육관에서 복싱을 배우고 교도소 내 대회에 참가한다. 교도소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그는 교도소를 대표해 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거듭된 마약 복용으로 그의 내장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가벼운 훈련에도 피를 토했으며, 의사는 더 이상의 외상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 복싱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국에서, 그것도 타국의 교도소에서 그가 살아남을 방법은 킥복싱 밖에 없었고, 마약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서도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했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에 TKO 승리를 거둔다. 승리를 거두자마자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된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빌리 무어는 간호사와 경찰이 한눈 판 사이에 도망친다. 발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걸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고,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결심한 듯 발을 돌린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다시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빌리 무어는 3년간 태국 교도소에서 생활했고, 그 후 영국 교도소로 이송되었다고 한다. 석방된 후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마약 중독자들을 돕고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2.   감상

 

 여명의 기도라는 영화가 감동 실화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빌리 무어라는 영국인이 태국 감옥에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고, 석방된 후 중독자들을 돕는 활동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빌리 무어의 이야기를 숭고하고 도덕적인 것으로 포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견이지만, 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약 판매 및 사용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태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에 해를 끼친 사람이다. 그것도 중대한 해를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도 자국민과 동등하게 취급한 태국 정부의 태도가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들이 운영하는 교도소에서는 인권은 처절하게 무시되고 있었지만 적어도 교도소 밖에서는 자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들에 대한 처벌도 강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만약 미국인이, 혹은 미국 군인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들을 한국 교도소에 수용할 수 있을까? 수용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체포하고 조사는 할 수 있을까?

 

 그는 명백하게 죄를 저질렀다. 그렇다면 교도소 안에서는 갱생의 여지를 보였는가? 킥복싱 시합 이후의 내용은 영화가 담지 못했기에 경기 후의 빌리 무어에 대한 부분은 판단의 여지가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킥복싱 시합을 이기기 전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교도소 안에서도 마약을 구하기 위해 사방으로 노력했다. 레이디보이에게 받은 담배로 거래를 했고, 마약을 구하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패기도 했다. 성폭행 현장을 목격했고 피해자가 자살을 했지만 진실을 숨겼다. 마약 중독으로 인해 스파링 파트너를 무차별 가격하기도 했다.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했다. 교도소에서 금지하는 행동에는 하나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는 다른 죄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피부색만 달랐을 뿐 그도 똑같았다. 그가 교도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킥복싱 덕분이었다. 육체적인 능력과 힘만이 그가 특혜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만약 왜소한 체격에 힘도 약했다면? 성폭행과 공공연한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실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서전을 읽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실망할 여지가 많을 수도 있다. 태국 교도소의 끔찍한 모습은 적나라하게 담고 있지만, ‘빌리 무어가 스스로의 행동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킥복싱 경기 후의 이야기를 담지 않고 있다. 영화로만 보자면 그는 태국의 수감자들과 다를 바 없는 악질 죄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필자 역시 그의 자서전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최종적인 판단은 유보해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