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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정신병원, 뇌엽절제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7년 개봉한 영화로 당시의 정신병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정신병원에 어떠한 환자들이 수감되었는지, 환자들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심각한 정신병이 아님에도 환자들은 병원에 수감되어 교도소보다 빡빡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규율을 어길 시에는 전기충격과 같은 비윤리적, 비과학적인 치료가 진행되기도 하였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뇌엽절제술이 행해지기도 했다. 환자들의 정확한 병명과 발병 원인도 모른 채 그들의 문제만을 강조했고, 순응만을 요구했다. 환자 스스로가 정신이상자임을 인정하게끔 하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을 살도록 강요한 정신병원은 무형의 뇌엽절제술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거부하는 영화의 주인공 맥 머피에게는 물리적으로 뇌엽절제술이 행해진다. 이 영화는 정신병원과 의사(간호사)와 환자들의 대립구도로 전개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줄거리를 통해 당시의 정신병원이 조금은 다를 뿐인 사람들을 환자로 규정하면서 인간성을 지워나간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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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 영화 전체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맥 머피는 폭행죄 5, 미성년자 강간 등의 범죄로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교도소에서는 그가 싸움 기질이 심하고, 항상 불만이 가득하며, 일하는 태도 역시 불성실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그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며 정신병원으로 보내게 된다. 맥 머피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식물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미쳤다고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미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난한다. 그럼에도 4주간의 정신감정을 받는데 100%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정신병원에서는 교도소와 같은 일률적이고 제한적인 생활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에는 하딩, 체스윅, 마티니, 빌리, 추장 등 머피를 포함한 18명의 환자들이 수간호사인 렛체드로부터 관리받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치료 목적으로 토론이 주기적으로 진행되었다. 영화의 첫 토론 장면은 하딩의 부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렛체드는 하딩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라고 환자들에게 요구했고, 의견을 먼저 제시하는 사람들은 좋게 평가될 것이라고 약간의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티니, 빌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다. 공격성이 강했던 덴버만이 하딩을 비아냥거리며 비난하고 말싸움을 벌였다. 체스윅은 이를 중재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흥분한 체스윅을 하딩이 진정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의 토론은 전혀 정신이상자들의 대화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화를 내는 것도 몸싸움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고, 의견이 없는 것도 단지 소극적이어서 그랬을 뿐이었다. 싸움을 중재하고 서로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존재들이었다. 사회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단지 정상인들과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이 장면을 통해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심한 정신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토론에서는 맥 머피가 일과시간 변경을 요구한다. 교도소에서도 월드시리즈는 시청하게 해준다는 이유에서였다. 렛체드는 환자들이 지금의 일과시간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일과시간을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머피는 투표를 제안하는데 덴버와 체스윅만이 찬성한다. 나머지 환자들은 렛체드의 눈치를 보며 손 들기를 주저한다. 환자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화가 난 머피는 그날 밤 환자들이 모인 공간에서 내기를 제안한다. 샤워실에 있는 돌로 된 수도를 들어 올려 창을 깨뜨리고 주변에 있는 바에 가서 야구를 본다는 것이었다. 머피 혼자 들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결국은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머피를 비웃지 않았다. 머피는 어쨌든 시도는 해봤잖아. 최대한 노력은 했다고!라고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간다. 이러한 머피의 행동들은 소극적이고 억압에 눌려있었던 환자들에게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다음 토론 장면에서 빌리에게 말하기를 강요하는 렛체드에게 체스윅은 왜 자꾸 말하라고 강요하는 건가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다른 환자는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도 병 인가요?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었고, 그 당연한 것들을 당시의 사회와 병원은 반항, 정신병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차분한 모습만을 보여왔던 렛체드도 환자들과 똑같은 정도로 흥분했고, 환자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머피는 환자들을 향해 모두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야!라고 소리치며 환자들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고 있었다.

 

머피는 환자들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환자들을 버스에 태우고 탈주해 바다낚시를 즐기는 일탈을 하기도 한다. 영화 초반에는 농구장에서 무기력하게 따로 따로 흩어져있던 환자들이, 후반에 이르러서는 경비원들과 함께 농구 경기를 하고 웃으며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며, 조금의 관심과 주의만 기울여 준다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렛체드 입장에서 머피는 문제를 끌고 다는 사람이었고, 그를 따르며 규율을 거부하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이 심해진 환자로 밖에 보지 않았다. 사실 병원의 모든 사람들은 머피가 정신병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들의 회의에서 이를 인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렛체드는 머피를 교도소에 다시 보내는 것은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병원에 계속 남길 것을 주장한다. 머피는 교도소 복역 기간이 68일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있었기 때문에 68일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렛체드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머피는 병원을 나갈 수 없었다.

 

병원은 이상이 전혀 없었던 머피에게 전기 치료를 감행하기도 했다. 추가적인 전기치료를 위해 소란을 피웠던 체스윅, 추장과 함께 끌려갔는데 이때 추장은 자신은 귀머거리가 아니며, 말도 할 줄 안다고 털어놨다. 사실 추장도 정신이상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고,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병원에 가둬놓은 사람이었다. 머피는 마음을 열게 된 추장과 함께 탈출을 하기로 결심한다. 탈출하기로 한 밤 머피는 환자들에게 술을 나눠주고 마지막 작별 파티를 연다. 환자들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진정으로 즐겼고 춤을 췄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렛체드는 난장판이 된 병원을 보고 누가 주동자인지 빌리를 추궁한다. 렛체드는 빌리의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빌리는 두려움에 떨며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모든 것을 털어놓은 빌리는 두려움에 젖은 비명을 지르며 방으로 끌려간다. 그 사이 머피는 미리 훔쳐둔 열쇠꾸러미로 병원 창문을 열고 탈출하려고 한다. 그러단 찰나 빌리가 끌려간 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간호사가 뛰쳐나온다. 빌리는 모든 사실을 어머니가 알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었다. 머피는 친구처럼 지냈던 빌리가 죽은 것을 보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렛체드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경비원들에 의해 머피는 제압되고 치료를 위해 끌려가게 된다.

 

머피가 사라진 후 병원은 다시금 그들만의 정상궤도를 회복했다. 환자들은 다시금 순종적이었던 예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병원에서는 머피가 탈출에 성공했다느니, 다른 병실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있다느니 하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머피는 경비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돌아온다. 머피는 뇌엽절제술을 받아 예전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추장을 알아보지도 못했고, 눈은 뜨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으며, 말을 하지도 못했다. 추장은 그가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머피를 베개로 짓눌러 죽이고, 추장은 머피가 들지 못했던 돌로 된 수도를 들어 올려 창을 부수고 탈출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당시의 사회는 의학적 치료라는 목적으로 조금이라도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그렇게 판단되는 경우 정신병원에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병원에서는 환자들의 개선을 도모하기보다는 그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사회로부터 격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유리창에는 철찰상이 쳐져있었고, 농구장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관리가 어려운 환자들에 대해서는 뇌 조직을 파괴하는 뇌엽절제수술을 무분별하게 진행했다. 영화 초반 머피의 말처럼 식물처럼 가만히 있지 않으면 미친 사람 취급당하는 사회였다. 그렇게 낙인찍힌 사람들은 어떠한 동의도 없이 강제로 치료와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업 시간에 보았던 영상에서 월터 프리먼이 최후의 수단으로 제시했던 뇌엽절제술도 환자의 동의 없이 강제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 정상인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사람들을 억압하고 그들로부터 인간성을 지워버리려고 한 일련의 시도들이었다. 이들이 제시한 정신병원과 수술방법들은 환자들의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며, 그 외의 사람들의 이익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조치들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