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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5. 현재 개처럼 살자

 

 우리는 흔히 개처럼 살아라라는 말을 무식할 정도로 열심히 살아라 정도로 받아들인다. 저자가 말하는 개처럼 살자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어진 순간 순간에 집중하며, 그 순간의 보배로움에 감사하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미래를 꿈꾸며 달콤한 상상에 빠져있다.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현재는 고통스럽고 희망이 없다고 믿으며 말이다. 과연 내가 꿈꾸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진다면 영원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까? 현재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이상적인 미래가 다가온다 한들 행복을 누리는 방법이나 알지 의문이다. 우리는 눈앞에 주어진 현실과 시간에 집중해야 한다. 이 시간은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반면 미래의 시간은 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미래의 시간이 다가왔을 때 그때 상황에 맞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적 지점에, 시간 속의 이 정확한 순간에 자리잡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이 결정적이지 않은 것을 허락할 수 없다. (142)

 

앙드레 지드는 결국 삶은 현재 순간들의 지속적인 일어남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매 순간 그대는 신을 송두리째 가질 수 있음을 잊지 말라고 못을 박죠. 매 순간 신은 바로 여기에 있고 전부 내 차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앙드레 지드가 말한 그대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만 실천한다면요.(142)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매일매일 어떤 걸 꾸준히 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매일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업무에 매진하고, 짬짬이 운동을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우리 모두 몸이 10개여도 모자란 삶을 살고 있다. 살다 보면 하루는 이걸 못할 수도 있고, 그 다음날은 저걸 못할 수도 있다. 모든 걸 꾸역꾸역 다 해내는 것에 집중할 필요 없다고 굳게 믿는다. 단 한 개라도 성공적으로 행할 수 있다면 그날의 기억은 빛으로 가득할 것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야자실, 독서실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을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성적이 좋고, 누군가는 뒤에서 성적이 좋다. 왜 그런 것일까? 집중, 사고의 깊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단 하나를 하더라도 잘해야 한다. 깊게 생각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앞의 8년을 내다보며 허송세월 하지 않고, 눈 앞의 8시간에 집중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 권위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

 

 한국 사회를 좀먹는 여러 병균 중 하나는 불합리한 권위임이 틀림없다. 학력, 연봉, 지위가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는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다. 반에서 친하지 않던 친구도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선생님들은 언제나 칭찬 일색이었다. 가족, 친척들의 대우도 바뀌었다. 친척 분의 결혼식을 가면 내 이름은 언제나 ‘00였다. 아버지도 그러한 호칭을 마음에 들어 하셨고, 나를 소개할 때에는 항상 ‘00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군 복무 시절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00대 그것도 못해?’ ‘00대에서 이건 안배우나 보지?’ ‘00대니까 당연히 잘하겠지?’ 등등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좀 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나를 신격화했고 완전무결한 사람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우리 학교에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이 세상에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면접을 가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다. ‘00대 다니면서 왜 아르바이트를 해? 과외가 편하지 않아요?’ 그들은 20대 초반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 ‘00출신이라는 이유로 신뢰하고 숭배한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으로 동의되지도 않았으며 불합리한 권위이다. 또한 필자 역시 그러한 권위를 누리고 싶은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다. 얼마나 부끄러운 짓인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학력, 연봉, 지위라는 것은 수식어에 불과하지 우리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본질이 아닌 수식어에 고개를 숙인다. 회사에서 높은 직급의 상사가 지나가면 고개를 숙이고, 엘리베이터와 같이 좁은 공간에 같이 있게 되면 괜히 숨이 막힌다. 교수님께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질문하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선배보다는 억대 연봉을 받는 선배들이 멋있어 보인다.

 

 청년 세대인 우리 역시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는 문화에 찌들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이끌 세대도 우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이미 사회의 최상부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그들로부터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곧 사회의 중심부에 들어서고, 최상부까지 올라갈 우리들이 밑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군 복무 시절 필자는 후임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다녔다. 특히 친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후임일수록 더 그렇게 했다. 당시 내가 그들보다 내세울 수 있는 점은 조금 일찍 입대한 것 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게 동등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들로부터 거수 경례를 받으며 건방지게 눈인사만 하고 지나갈 수 있겠는가. 아직까지도 뿌듯하게 생각한다. 변화의 시작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작은 물살이 모여 큰 파도를 만드는 것이다.  

 

 

 

7. 소통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권위를 타파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 바로 소통이다. 요즘은 군대에서도 소통 공감의 날이라고 해서 장병들과 간부들이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다. 물론 소통이 격 없이 이루어지는지는 의문이지만. 소통은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나 필수적이다. 소통의 부재에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긴다. 많은 연인들이 자주 싸우고 이별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 사이, 장인과 사위 사이가 서먹서먹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소통은 단순히 말을 주고 받는 것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오고 가는 말의 의미를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군대에서도 소통과 공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사자성어이다. 하지만 대부분 입으로만 알고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역지사지의 자세뿐만 아니라 공통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유념하자.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미국인과 쉽게 소통할 수 있을까? 최근에 통역기도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소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가 스포츠 용어들을 아무리 늘어놓는다 한들 앞에 앉아 있는 여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반대로 여자가 화장품 제품을 열거하고 설명한다 한들 남자는 단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내가 아니까 상대도 알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상대가 혹시 모를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상대방이 아는지 모르는지 먼저 점검해보는 시도도 없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다면, 상대방은 금세 지쳐버릴 것이다.    

 

 

 

8. 인생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 닿은 곳에 싹 틔우는 땅버들 씨앗처럼

 

최근에 젊은 사람들에게 꿈 꾸지 말라는 강의를 합니다. 제발 꿈 좀 꾸지 말라는 게 강의의 주요 포인트예요. 우리 제발 꿈꾸지 말고 삽시다. 꾸려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살지, 그런 작은 꿈을 꾸면서 삽시다. 교수가 되고 말 테야, 큰 사람이 될 거야, 꼭 대기업에 취직해 임원이 되겠어, 연봉 3억을 받겠어, 이런 꿈 좀 꾸지 말고 말입니다.

꿈 꾸지 말라고 해서, 날줄이 험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놀고 먹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간중간 말씀드렸듯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고전이 왜 중요한지, 발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지혜롭게 하루하루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꽉 채워 살다가 돌아보면 펼쳐져 있는 게 인생이지,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227)

 

 

2018/12/04 - [서평] - [서평] 여덟 단어 - 박웅현 (자존 /본질/고전/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