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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덟 단어 >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박웅현

                      

 

 군 복무 시절 <책은 도끼다>에 매료되어 고전 소설을 읽었던 때가 떠오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시작으로 <그리스인 조르바>, <이방인> 등 여러 소설을 통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엔 <여덟 단어>이다.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와 같이 여러 고전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보다 큰 주제를 담고 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저자는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중요한 여덟 단어를 제시하고 있다. 자존, 본질, 고전, ,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처음 이 단어들을 접했을 때 저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라는 단어가 그랬고, 뭔가 빠진 것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사랑과 같은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는 개미 날개만 한 지식으로 화엄창천을 날아다니는 객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저자의 깊이 있는 성찰과 견해를 완벽하게 전달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간략하게나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1. 자존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Be yourself !

 

자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단어. 다만, 강조한다는 것이 자존이 높은 게 마냥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조심하자. 최근에 나오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적과 에세이들은 자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존이 뭐길래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되었나. 자존은 우리 시대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인간이 존재하는 어느 시대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존재했다. 다만 우리 시대에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존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활동할 때 가장 잘하고 자주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비교, 단점 찾기 등이다. 자신의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의 삶에서 찾고, 자신의 삶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잘못된 것으로 단정 짓는다. 나보다 연봉이 높고, 나보다 여가를 더 근사하고 많이 즐기고, 화목한 가정을 가지고, 외모가 출중하고, 학력이 더 높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보다 나는 못난 사람이 된다. 저자는 다름틀림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똑같이 태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쌍둥이도 오래 보다 보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과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다름을 가지고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틀린 것이 있다면 발전적인 수정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다름은 우리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모르 파티라는 트로트가 대중적 관심을 받은 건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는 의미 때문은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과 자신의 삶에서 장점과 아름다운 면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 오직 나만이 내 인생을 살 수 있고,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없는 것이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16)

 

 

 

2. 본질 –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어쨌든 강의와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모두 극복했어요.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광고계에서 먹고 사는 이상 프레젠테이션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했죠.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하고 제 자신을 돌아봤더니 너무 잘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남들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죠. 하지만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할 말을 하는 것이었어요. 열 명의 스태프들이 오랜 시간 동안 피와 땀을 흘려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본질은 내가 멋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잘 전달하는 것에 있더라는 거죠. 그 이후로 덜 떨렸어요.(59)

 

 본질에 대한 설명을 위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여러 사례가 있었지만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사례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필자 역시 발표 공포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의 사례가 마음에 와 닿으면서도 완전히 동감할 수는 없었다. 발표할 때마다 손과 발이 저리고 목소리가 떨렸다. 발표 수업은 피해가면서 수강신청을 했다. 발표를 잘하기 위한 노력도 해봤다. 그러다 발표의 본질은 내가 멋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발표 공포증은 남아있다. 예전보다는 상태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핵심에 달하지 못한 느낌이다.

 

 발표 이외에 필자가 본질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은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에 미쳐있었고, 공만 보면 미쳐 날뛰었다. 축구 그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축구를 잘하는 남학생을 좋아하는 여학생들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과시욕이 강했다. 대학 입학 후에도 그런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대학 축구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항상 학교 대표를 할 정도로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대학에 오고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2명의 선수 중에서 주목 받는 선수가 되기는 어려웠고, 화려한 기술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전에서 밀려났고, 벤치를 달구는 선수가 되어버렸다. 동료들이 뛰는 것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였고 충격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축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뭘 했을까? 덜어내기 시작했다. 피카소의 소처럼. 하나씩 지워나갔다. 과시욕도, 주인공이 되려는 욕심도, 내가 골을 넣어야 한다는 욕심도.. 그렇게 지워나가는 과정에서 포지션도 변경했다. 껍데기를 덜어내고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성찰할 수 있었다. 공격수처럼 화려한 기술로 남들의 시선을 받고 골을 넣는 선수보다, 미드필더처럼 공격수를 뒤에서 지원하고 전체적인 틀을 짜는 역할이 내 옷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본질에 가까워졌고, 지금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피카소 - 소

 

3. 고전 –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

 

 <책은 도끼다>를 통해 고전의 아름다움을 설파한 우리의 저자는 <여덟 단어>에서도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예술에 관해선 문외한이다. 고전 소설은 좀 접해봤지만 그렇다고 내세울만한 정도도 아니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고희의 해바라기정도를 아는 수준이니까. 아는 것이 없기에 고전의 위대함과 풍요로움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아는 것이 없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과 슬픔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다니고 있다. 성수기에는 해외 어느 곳을 방문해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을 정도다. 그 중에는 여행을 위해 현지 조사를 완벽히 하고 공부를 해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모르고 문화를 즐기겠다며 유흥만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뭐가 좋다 나쁘다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여행이 우리의 기억에 오래 남을 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필자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있다면 벨베데레 궁전에 있었던 클림트의 연인(키스)’라는 미술작품이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클림트가 누구인지 조차 몰랐고, 돌아오고 난 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클림트에 대해 모른다. 하지만 그가 그린 그림이 준 감동은 잊을 수 없다. 그림이 찬란하게 빛나는 건 처음 보았다. 연인이 걸치고 있는 황금빛 가운에 마치 별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봤는데 이 정도다. 우리가 조금만 더 공부하고 봤더라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유명한 건축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캄보디아에 앙코르와트를 보고 싶어서 갔지만 사전 조사는 부족했다. 앙코르와트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긴 했지만, 불가사의를 담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 많았다. 멋있어 보이는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지인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SNS에 업로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 키스

 

4. 견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발견은 모든 사람들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천재들의 공통점이라고 이야기해요. 모두가 보는 것을 보는 것, 시청.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견문이죠.(117)

 

 을 설명하기에는 위 문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아이큐가 높은 사람들이 천재가 아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해내고, 남들이 무시하는 것들에서 세상의 진리를 찾아내는 사람들이 천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은 일종의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면 여러분도 알다시피 창의력은 어떻게 한다고 쑥쑥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날카로운 시각, 주변에 대한 관심과 관찰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스스로가 창의력도 떨어지고 신선함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나의 희망은 가지고 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거시적인 필연으로 다가올 인생의 기회에서 나도 모르는 나만의 이 작동하지 않을까.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거시적인 필연과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는 을 놓치지 않기 위해.

 

 

- 현재/권위/소통/인생 - 다음 글에 계속..

 

2018/12/05 - [서평] - [서평] 여덟 단어 - 박웅현 (현재/권위/소통/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