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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경우 나이키에 열광한다.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나이키 신발 1족씩은 가지고 있다. 필자 역시 나이키에서 제작한 축구화, 농구화, 러닝화뿐만 아니라 의류 용품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떤 요소들에 열광하고 있는 것인가? 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아디다스가 아닌, 동양인의 발에 맞게 제작된 미즈노나 오니츠카 타이거가 아닌 나이키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쓸데없는 고민일 수도 있지만 도대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는지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슈독은 우리에게 하나의 힌트를 제공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책 슈독은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이키가 가진 정신과 가치관을 소개하고, 당시 진취적이었던 기업문화와 도전정신도 보여주고 있다. 나이키 이전에 블루리본이라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국에 새로운 운동화를 도입하고, 이후 오니츠카 타이거를 비롯한 여러 경쟁자들의 위협을 떨쳐내는 과정에서 나이키가 탄생하게 된다.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소송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당시 시장의 1인자로 군림해왔던 아디다스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 그들이 보여준 끝없는 혁신과 성장이 우리의 마음 한 켠을 사로잡은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린 나이키의 탄생 비화를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가 처음에 시작한 사업은 나이키가 아니었다. 운동화 관련 사업이기는 했지만, 미국에 소개되지 않은 일본의 오니츠카 타이거를 대행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날아가 오니츠카 타이거와 미팅을 잡고 계약을 성사시킨다. 존재하지도 않는 블루리본이라는 회사를 미팅 중에 급작스럽게 생각해내는 임기응변을 보이기도 하며 기업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그는 타이거 제품을 팔기 위해 갖은 노력과 고생을 하였고 미국 전역에 타이거를 알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그러나 오니츠카 타이거는 그를 버리고 다른 대행사들을 찾아보려는 계획을 뒤에서 진행하였고, 그는 이에 지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운동화를 만들고 출시하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나이키이다.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위 책에는 나이키에 관련된 여러 로고 이름이나 상품명의 역사도 소개되는데 흥미로운 예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학생이라면 한번쯤 신어봤을 운동화 코르테즈에 관한 이야기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기념하고자 신발의 상표명으로 아즈텍 Aztec’을 선정했다. 그런데 아디다스에서 아즈테카 골드 Azteca Gold’라는 상품을 가지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상품명을 택해야만 했다. 그때 생각해낸 것이 아즈텍 문명을 정복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코르테즈 Cortez였던 것이다. 깔끔한 디자인과 푹신한 쿠션으로 커플 신발로도 많이 사용되는 코르테즈는 사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신는 러닝화였으며, 그 이름은 아디다스에 대항하는 상당히 호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필 나이트는 운동화에 기능에 상당히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스승인 필 바우먼 코치와 함께 운동화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필 바우먼 코치는 미국 육상계의 저명인사로 조깅이 우리의 삶에 정착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밖에서 달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시대였다고 한다. 이들은 선수들의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목표로 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정신은 다음 문장에 요약되어 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7500, 평생 동안 2 7400만 보를 걷는다. 평생 동안 지구를 여섯 바퀴나 도는 셈이다. 슈독은 이런 여행에서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슈독은 인류의 발이 지구 표면과 접촉하는 경첩을 다듬는 사람이 아니라 인류를 이어주기 위한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269)

 

 나이키는 품질 개선을 위해 계속된 도전을 시도했다. 필 바우먼 코치는 와플형 틀을 녹여가면서까지 고무창을 만들기도 했고, 필 나이트는 바우먼 코치가 대구껍질로 만든 운동화를 신고 뛰어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진정한 슈독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친 놈이라고 욕해도 즐거워했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지 신발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한 것이다. 2018년 현재 이들은 신발과 의류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NRC(NIKE RUN CLUB) NTC(NIKE TRANNING CLUB) 등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우리의 삶의 곳곳에 자연스럽게 침투하였다. 삶과 운동의 조화라는 가치를 전파하고 그 부수적인 것으로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나이키라는 문화를 만들었고 이에 역행하는 것은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 우리는 복종, 진부함, 단조로움을 거부한다. 우리는 제품뿐 아니라 아이디어, 즉 정신을 팔려고 한다. (359)

 나이키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신과 기업문화를 꼽고 싶다. 첫 번째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이다.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필 나이트는 애초에 일본으로 건너가지 못했을 것이다. 오니츠카 타이거와의 소송에서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며, 미래에 대한 확신 없기에 계속된 대출과 자기자본 없는 성장을 멈춰야만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가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대부분이 아디다스였을 것이다.

 

인생은 성장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 (210)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실패했을 때 이를 빨리 털고 일어나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366)

 

두 번째로는 버트페이스를 비롯한 진취적인 기업문화이다. 필 나이트와 그를 둘러싼 초기의 동업자들은 버트페이스라는 모임을 가졌다. 술집에 모여서 제품의 질 향상과 기업에 관련된 각종 문제들을 토의하는 모임이었다. 모두 평등하게 대우받았고,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각종 아이디어가 난무하는 소란스러운 자리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이 모임이 없었다면 에어쿠션과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수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 버트페이스는 지나간 의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과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라도 혹은 어떤 사람이라도 때로는 해학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에서 지나간 의제를 허물없이 다시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는 말일 뿐 아니라 나이키의 정신, 미션 기질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말이었다. (426)

 

필 나이트는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버트페이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영 방식을 보였다. 그는 부하 직원이나 동료에게 일은 맡기고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처럼 책에 묘사되어 있다. 이는 마치 초한지의 항우와 유방을 떠오르게끔 한다. 개인적 역량이 출중할지라도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는 법이다. 주변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그들을 믿는 것이 천하를 호령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사람들에게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라.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낸 결과로 당신을 놀라게 하라. 이는 패튼 장군이 병사들을 지휘한 방식이다. (433)

 

 

나이키는 현재 포브스 100대 기업에 선정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2004년을 끝으로 최고경영직을 내려놓고 조문 역할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여전히 나이키에 남아 있으며, 우리의 마음 속에도 점차 깊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으며 이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젊은이들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은 보람찬 일이다. 나는 그들에게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앞으로 40년 동안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 누구하고 함께 쓰고 싶은지 깊이 고민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에게는 직업에 안주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천직을 찾으라.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더라도, 계속 찾도록 노력하라. 천직을 찾으면 힘든 일도 참을 수 있고, 낙심하더라도 금방 떨쳐 버릴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성공에 이르면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습을 타파하려는 사람,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 반란을 꾀하는 사람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런 이들은 항상 자기 등에 과녁을 달고 다닌다. 승리할수록 이 과녁은 점점 더 커진다. 이는 나 한 사람만의 의견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다. (545)